뉴스룸 콩나물과 함께 발달장애인의 미래가 쑥쑥, ‘강화도 우리마을’을 소개합니다 2018.02.21
우리가 마트나 백화점에서 믿고 사는 풀무원 콩나물. 이 중에는 발달장애인들이 만든 친환경 콩나물도 있습니다.
발달장애는 선천적 또는 발육 과정 중 생긴 대뇌 손상으로 지능 및 운동, 언어, 감각 등에서 발달이 일어나지 못한 장애입니다. 때문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는 한정적이며 일을 하더라도 보상이 미흡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강화도 우리마을’은 조금 특별합니다.
“제가 만든 콩나물을 마트에서 살 수 있어요. 우리 콩나물은 상도 받았어요~”
강화도 우리마을에서 근무하는 발달장애인 홍은주(23)씨는 매일 일을 하는 것이 즐겁고 설렌다고 이야기합니다. 친환경 콩나물을 생산하는 콩나물 사업장에 근무하는 발달장애인들은 평생 근로를 보장 받으며 일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홍은주씨 같은 발달장애인들이 생산한 콩나물은 당당하게 풀무원 콩나물 이름표를 달고 전국에 유통돼 소비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풀무원은 공유가치창출(CSV) 활동의 일환으로 ‘강화도 우리마을’에서 친환경 인증 콩나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국산콩 제공부터 공정 및 품질관리, 설비 및 시스템 지원은 물론 생산된 콩나물의 상품화, 유통까지 함께해 발달장애인들의 자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콩나물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의 일자리와 꿈이 자라나는 상생의 현장, 강화도 우리마을을 소개합니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직업재활시설, 강화도 우리마을
인천 강화군 길상면에 위치한 발달장애인직업재활시설 ‘강화도 우리마을(원장 이대성)’은 김성수 성공회 전 대주교가 2001년 발달장애인의 재활교육과 경제자립을 위해 자비를 들여 설립한 비영리 직업재활시설(근로시설)입니다. 50여 명의 장애인들이 소속돼 있으며, 21명의 근로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는 콩나물 사업을 비롯해 전자 부품 조립 등 장애인의 직업재활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콩나물 사업장의 근로자들이 직접 생산한 콩나물을 자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정부지원금이 운영비의 약 90%를 차지합니다. 실제 발달장애인들이 근무하며 수익을 낼 수 있는 일거리는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부품 조립과 같은 일은 단가가 저렴해 한 달을 일해도 10만원도 채 받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강화도 우리마을은 정부지원금이 운영비의 12% 내외로 낮습니다. 콩나물 사업장에서 하루 4~6시간 근무하는 발달장애인들의 급여는 월 평균 80만원에 이르고, 월급이 100만원 이상인 베테랑 근로자도 있습니다. 꾸준히 일을 하여 우리마을에 입소하기 전 억울하게 진 빚을 모두 갚고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난 발달장애인도 있습니다. 때문에 강화도 우리마을은 연 평균 1,000명 이상의 복지기관 관계자들이 방문하는 직업재활시설의 모범 사례로 손꼽힙니다.
이러한 처우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콩나물 사업에서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강화도 우리마을은 어떻게 콩나물을 길러내, 발달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근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을까요?
발달장애인이 만든 콩나물, 맛과 품질 인정받아 매출 상승
처음 풀무원이 강화도 우리마을과 인연을 맺게 된 때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풀무원은 강화도 우리마을과 ‘콩나물 생산 위탁 및 납품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우수한 원료콩 공급부터 품질관리, 시설지원, 강화도 우리마을에서 생산된 콩나물의 매입과 유통까지 콩나물 생산 전 과정에 지속적으로 지원을 이어왔습니다.
‘강화도 우리마을 국산 콩나물’이란 이름으로 시장에 처음 출시한 2012년부터 강화도 우리마을에서 생산한 풀무원 콩나물의 매출액은 연평균 30%씩 상승했습니다. 2012년 첫 해 22만 봉지(300g기준)에 불과했던 콩나물 생산량은 6년간 누적 판매 390만 봉지(62억 봉지)를 기록했습니다. 전국적으로 콩나물 작황이 좋지 않아 콩나물 생산량을 조절했던 지난해에도 첫 해의 3배가 넘는 70만 봉지를 생산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강화도 우리마을 콩나물 전국 대형유통매장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어 물량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강화도 우리마을은 올해 풀무원과 함께 생산량과 판매량을 대폭 확대하여, 연말까지 500만 봉지(82억원 상당)의 누적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강화도 우리마을에서 생산, 판매되고 있는 풀무원 국산콩 무농약 옛맛 콩나물
이러한 매출 상승의 비결은 다름아닌 ‘맛있고 우수한 품질의 콩나물’입니다. 강화도 우리마을 콩나물 사업팀의 신상진 팀장은 “처음에는 발달장애인이 만든 제품이라고 하면 편견을 가지고 보는 사람들도 없진 않았다”며 어렵게 운을 떼면서도, “그러나 강화도 우리마을 콩나물을 한 번이라도 맛 본 사람은, 비리지 않고 맛있고 고소한 맛에 다른 콩나물은 못 사먹겠다고 할 정도”라고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콩나물 사업장에 근무하는 발달장애인들은 집중력이 뛰어나 단순반복업무에 능숙해, 고른 품질의 콩나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안정된 근로환경에서 좋은 상품을 생산하다 보니 맛이 좋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신 팀장의 설명입니다.
콩나물 맛의 비결은?! 풀무원의 30여년 생산 노하우와 지속적인 관리 지원
맛있는 콩나물을 재배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우선 콩나물의 원료가 되는 좋은 콩을 고르는 일부터, 고른 품질의 콩나물을 키워내기 위한 깐깐한 품질 관리가 지속되어야 합니다. 콩나물을 올 해 맛있게 키워냈다 하더라도, 그 다음 해에도 똑같은 콩나물이 자랄 것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매년 콩나물콩의 품질이 다르고, 재배 환경과 조건 또한 계속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풀무원에서는 풀무원 콩나물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고품질의 국산콩(원두)을 강화도 우리마을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인 위생, 품질 점검은 기본입니다. 강화도 우리마을의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은 풀무원 콩나물 담당자가 친근합니다. 매월 2~4차례 최고의 콩나물 전문가인 풀무원 연구원과 품질관리 직원이 우리마을에 방문해,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콩을 잘 발아시킬 수 있는 전문적인 재배기술과 포장기법 등 풀무원의 30년 콩나물 생산 및 품질관리 노하우를 세세하게 전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6~7일차 콩나물을 체크하는 강화도 우리마을 원장 이대성 신부(좌)와 콩나물사업팀 신상진 팀장(우)
일례로 신 팀장은 콩나물을 키우면서 가장 어려웠던 때로 2015년을 꼽았습니다. 그 해 겨울, 강화도 우리마을에서 재배한 콩나물들이 일시에 모두 썩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싹을 틔우기 전 5일차까지는 괜찮았는데, 6~7일이 되면서 콩나물이 썩어 수확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한 날이 이어졌습니다.
풀무원에서는 강화도 우리마을을 방문해 원인을 점검했습니다. 원인은 다름아닌 물의 온도였습니다. 그 당시 강화도 우리마을에는 물탱크의 물을 데울 수 있는 히터봉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콩나물에 일정한 온도의 물을 주지 못하고 미온수(20℃)와 차가운 물(16℃)을 번갈아 가며 주었는데, 이 수온의 차이와 겨울의 추운 날씨로 인해 콩나물이 뿌리부터 썩기 시작한 것입니다.
▲실제 강화도 우리마을에서 재배 중인 콩나물. 원두가 갓 발아한 2~3일차 콩나물이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풀무원은 히터봉과 온도기록계를 최대한 빠르게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더 맛있고 품질 좋은 콩나물 생산을 위해 우리마을의 지하수 관정 개발에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신 팀장은 “내부적으로는 원인을 알기 어려웠고, 원인을 안다 해도 금액이 큰 시설 확충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풀무원의 지원으로 인해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좋은 콩나물을 계속 생산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금상’ 받은 콩나물과 발달장애인의 미래가 함께 자라는 곳
이렇듯 풀무원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수율도 품질도 쑥쑥 자란 강화도 우리마을 콩나물 사업장은 식품안전경영시스템인증기업(ISO 22000)을 획득한 것은 물론, 지난 2017년에는 ‘제3회 농산물우수관리(GAP)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해 여러 전문가들에게 인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강화도 우리마을 원장 이대성 신부가 콩나물 사업장을 안내하고 있다.
농산물우수관리(GAP, Good Agriculture Practice) 인증제도는 정부가 생산단계부터 판매단계까지 농산식품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고자 도입한 제도입니다. 농산물우수관리 기준에 의해 적합하게 생산, 관리된 품목만 GAP 인증을 받을 수 있는데, 강화도 우리마을 콩나물은 바로 이 GAP 인증을 받은 전국의 기업들 중에서도 우수사례로 손꼽혔습니다.
강화도 우리마을을 책임 총괄하는 원장 이대성 신부는 “워낙 풀무원의 납품 기준이 까다로워 이에 맞추다 보니 우리마을 콩나물도 자연스레 인정을 받게 된 것 같다”며 “발달장애인들이 즐겁게 생산한 콩나물이 전국적으로 우수 농산물이라는 인증까지 받게 돼 보람차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원장은 무엇보다 콩나물 사업장의 근로자들이 일방적인 지원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콩나물 포장지의 날짜를 확인하는 발달장애인 근로자. 이 자동화 포장기 역시 풀무원의 지원으로 설치됐다.
“콩나물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정기적인 일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풀무원은 금전적인 지원뿐 아니라 콩나물 재배 노하우를 우리마을에 아낌없이 전달했죠. 풀무원만의 콩나물 재배 노하우로 발달장애인들의 ‘진짜 자립’이 가능해진 것과 다름 없습니다.”
이 원장은 특히 기억에 남는 한 가족의 에피소드를 전했습니다. 오래 일한 근로자들은 부모 역시 연로한 경우가 많은데, 한 근로자의 부모가 퇴직하며 수입이 없어지자 발달장애인인 아들의 의료보험 밑으로 들어간 경우가 있었습니다. 콩나물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발달장애인들은 고정적인 수입이 있어 직장의료보험에 가입하기 때문입니다.
▲강화도 우리마을 설립자 김성수 성공회 전 대주교(사진 맨 왼쪽)와 원장 이대성 신부(사진 맨 오른쪽)가
강화도 우리마을 식구들과 점심 산책을 즐기고 있다.
발달장애인 뿐 아니라 발달장애인의 부모 역시 자녀를 키워가는 과정이 어렵습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큰 상처를 받다 보니, 발달장애인인 자녀가 취직을 하거나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 발달장애인 근로자의 부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들의 피부양자가 된 것을 확인한 부모는 몇 번이고 우리마을에 감사를 전해왔습니다. 발달장애인도 제대로 일하고 대우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원장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발달장애인의 더 나은 근무환경과 고용 조건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힙니다.
▲포장된 콩나물은 날짜 확인 후 실링 검품을 거쳐 박스 포장에 들어간다.
이러한 강화도 우리마을과 풀무원의 노력에 힘입어 2018년 1월 강화도 우리마을에 또 한 번의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발달장애인들의 근무환경 개선과 품질 향상을 위한 콩나물 사업장 증축이 완공된 것입니다.
과연 강화도 우리마을의 근로장애인들이 근무하는 콩나물 사업장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했을까요? 실제 콩나물 사업장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들의 생생한 이야기, [르포] 기업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강화도 우리마을 콩나물 사업장에 가다 로 이어집니다.